2019-12-30 16:03

더 세월(18)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16. 시스템의 붕괴



세월호의 구조작업만 생각하면 모두가 기울어가는 배의 갑판에 서 있는 기분이다. 가라앉는 배보다 더 무거운 의혹이 대한민국을 짓누른다. 탐욕은 변칙을 만들었다. 세월호는 국내 2,000톤급 이상 여객선을 통틀어 유일하게 유사시 국정원에 우선 보고를 해야 하는 배였다. 안개가 많이 낀 밤 다른 여객선의 출항이 모두 취소된 상황에서 그날 밤 인천항을 출항한 배도 세월호가 유일했다.

언론은 사실보도의 책임은 내팽개치고 경쟁에만 몰입했다. 에어포켓이며 골든타임, 정부가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속보들이 매체를 장악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거짓말. 

대한민국은 해상사고에 대해서는 참으로 미숙했다. 역대 해경청장 열세 명 중 함정을 타본 사람은 겨우 한 명뿐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했다. 국가는 진상 규명을 최대한 억제코자 했다. 은폐와 조작, 오보가 난무했다. 재난방송 자체가 재난이었다. 공영방송을 되찾고 진실의 저널리즘을 복구하는 사업이 시급할 정도다.

세월호는 공권력을 독점한 국가가 온전히 기능하지 못할 때 어떤 처참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깨진 거울은 체제를 왜곡해서 반사했고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각자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전파됐다.

침몰해가는 배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온 것은 선장과 선원들이었고, 해경 123정은 기울어가는 배 주위를 맴돌기만 하다가 딱 한 번 접안을 해선 이들을 옮겨 태웠다. 그들은 족집게처럼 476명이 타고 있는 배에서 선원들만 빼내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른 착한 생명들을 유기한 채 선원들은 침몰선에서 조직적으로 탈출했다.

“전문가로서 이번 참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사고 후 보름쯤 됐을 때 공영방송 KBC 기자가 서정민에게 던진 질문이다. 서정민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를 받을 처지였음에도 기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승객 중 대형선 선장 출신은 그뿐이다. 그는 전문가 취급을 받으며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사고는 바다에서 일어났지만 사고처리 영역은 육해공이 다 포함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단적으로 국가의 총체적 시스템의 붕괴라 표현하고 싶어요.”

그의 대답을 듣고 있던 기자는 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전적으로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의미하는 반면,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세월호를 ‘사건’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거 같습니다.”

서정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유병언은 사고의 책임자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의 책임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리한 지적이라는 듯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기자는 선원들의 진술을 상기시키는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 승객들을 대피시킬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느니, 그렇게 빨리 배가 가라앉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선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그들의 변호사가 말머리를 가이드해준 게 아닐까요? 선원들이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면 정신 나간 사람들이지요. …아 저도 피곤합니다. 인터뷰는 이걸로… 끝내시죠.”

서정민은 정말 피로가 몰려들었다. 쉬고 싶었다.

사고 후 이튿날을 되돌아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히 뉴스에는 화려한 수색작전이 펼쳐졌다고 했지만, 사고 당시 침몰 전에 탈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작 배에 타고 있다가 구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아침 7시쯤 유속이 느려져 바닷속 구조와 수색이 가능한 정조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해군 특수부대 UDT SSU의 최정예 요원 19명은 현장에 대기만 하다 끝내 잠수를 못 했고, 긴급출동한 해군함정과 헬기도 접근이 통제됐다. 해군은 해경이 언딘 투입을 위해 UDT 잠수를 막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의 한강수난구조단 투입도 해경에 의해 저지당했다. 사고 당일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단 9명은 해경이 투입 지시를 내리지 않아 4일이나 대기했다가 투입됐다. SSU UDT 등 해군 출신으로 구성된 이들 구조단은 탁도가 심한 한강에서 구조 경험이 많아 조기 투입했더라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지휘를 맡고 있었던 해경이 초기 구조과정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하며 구조작업이 지체되고 실종자 수색도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구조수색작업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유도줄(가이드라인)도 해경의 의지만 있었다면 좀 더 일찍 설치될 수 있었지만 둘째 날 민간잠수요원에 의해 설치됐다. 조류가 거센 물속에서 유도줄이 없으면 구조작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해경만 그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TV를 보면서 사람들은 ‘우리도 당장 죽을 수 있겠구나’ 공감하면서 죽음이라는 공통분모에 기반을 둔 분노의 인간적 결속효과를 체험하게 됐다.

생방송 중 여성 리포터는 침착했다.

“단 한 명이라도 구하기 위한 긴박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때 실종자 가족의 분노는 격한 언어로 발산했다. “야 시X년아, 거짓말하지 마! 누가 구조를 해?!”

팽목항에는 노란 리본을 달고 촛불을 든 수많은 아이와 어른이 있었다. 자기들 힘으로 되지 않으니 누군가와 연대해 삶의 희망을 찾고 투쟁의 동력을 발견한다.

국가의 시설에서 주검이 속출하고, 자살로 가장한 사회적 타살이 이어지니 의지할 곳을 찾아 나선다. 이제 그들에게는 주어도 화가 나고 주지 않아도 화가 난다.

사고의 메시지는 고통 받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대신 그 고통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라고 압박한다. 여간해서 남의 일에 울지 않던 사람들도 아침저녁으로 울었다. 연민이란 참으로 게으르고 뻔뻔한 감정인데도. 태생적으로 기울어야 했던 국민, 기울어진 배에서 평생을 살아온 인간들에게는 기울어진 상태가 오히려 안정적인 것이었다. 

많은 시간과 날짜가 흐르고 사고는 새로운 양상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했다. 사고 날 컴컴한 팽목항에서 제발 내 딸 내 아들 저 배에서 좀 꺼내달라고 절규하던 때의 통증을 잊으려 한다.   

어느 새 정치인들이 세월호를 은폐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일상이 되려 한다. 애국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길 가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행인처럼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나열한다.

A: “어디 뭐 노숙자들 같은… 유가족들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B: “세월호 때문에 경제가…, 이제 먹고 삽시다.”

C: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D: “왜 사고로 죽은 걸 가지고 정부를 물고 늘어지냐, 유가족이 벼슬이냐? 사고 원인은 죽은 유병언한테 물어봐라. 차타고 가다 죽으면 대통령한테 가서 항의하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약자들의 생각이다. 부패는 정권과의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유착은 밀착보다 아기자기한 상태로 더 위험하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송전탑을 세우는 데는 석 달 걸려도 뜯는 데는 한나절밖에 안 걸린다고 말하는 밀양 사람이 있었다. 사회라는 몸뚱어리는 애플의 사과처럼 벌레 먹혀 있었다. 세월호가 평형수를 빼내듯 자본사회가 공공성을 갉아먹은 탓이다. 

유령이 출몰하는 것은 죽은 자의 죽음이 애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햄릿의 복수는 개인의 과제라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라는 시대의 요청과 다름없다. 행동에 옮기기 전 비겁함과 무력함에 대항하여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죽은 자의 애도를 왜 소홀히 하는가, 서정민은 묻고 싶은 것이다. 이념에 함몰해 있는 정치인들이 역겨워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생환하길 바란다. 이순애를 포함해서… 선체를 박살내서라도 끄집어냈어야 하는데.”

악은 성실하다. 일 밀리미터의 틈도 뚫고 나간다. 그는 사회가 은혜를 베푸는 것을 거부한다. 시혜와 평등은 완벽하게 대립하니까. 고정되지 않은 화물들은  선박의 침몰을 앞당겼다. 쓰러져 허약한 아이들의 죽음을 앞당긴 움직이지 말라는 ‘고박의 통지문’은 누가 보냈는가. 자신과 같은 어른들이다. 자신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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